베네수엘라, 이틀째 반정부 시위…막후서 미국·러시아도 '격돌'

입력 2019-05-02 15:26   수정 2019-05-02 15:28


베네수엘라에서 1일(현지시간) 반정부 시위가 이틀째 이어지고 있다. 임시 대통령을 자처하는 후안 과이도 국회의장의 군사봉기 시도로 다시 정국혼란이 고조되는 가운데 이에 맞불을 놓는 친정부 집회도 열리고 있는 중이다.

과이도 의장을 지지하는 미국과 니콜라스 마두로 대통령을 두둔하는 러시아는 서로를 향해 베네수엘라의 불안정을 조장한다고 비난하며 충돌했다. 외신에 따르면 야권을 지지하는 수천 명의 반정부 시위대는 정권 퇴진운동을 이끄는 과이도 의장의 요청에 따라 이날 수도 카라카스 서부의 중산층 거주 지역에 집결했다.

과이도 의장은 집회에서 야권이 니콜라스 마두로 대통령의 퇴진 압력을 더 강화할 필요가 있다며 지지자들에게 점진적인 총파업 동참을 독려하고 군부의 전향을 다시 한번 강조했다. 그는 "우리는 군인들과 대화해 그들 모두가 우리의 대의명분에 참여하도록 할 것"이라며 "정권이 나를 탄압하려 하겠지만 우리를 막을 수는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카라카스 동부 지역에서는 전날 과이도 의장이 군사봉기를 촉구한 카를로타 공군기지 인근의 고속도로를 점거하려는 야권 지지자들과 해산하려는 진압 경찰 간에 충돌이 발생한 것으로 전해졌다.

비정부기구인 베네수엘라 사회갈등관측소에 따르면 이날 충돌로 27세 여성 1명이 머리에 총탄을 맞아 숨지고, 46명이 다친 것으로 집계됐다. 전날 시위에서도 1명이 숨지고 100여 명이 부상한 데 이어 이틀 연속 사망자가 나온 것이다. 최근 대규모 정전 사태 피해가 컸던 제2 도시인 서부 마라카이보에서도 약 300명의 시위자가 모여 깃발을 흔들고 자동차 경적을 울렸다.

외신들은 이날 시위가 향후 정국 향방을 가늠 짓는 중대 분수령이 될 것으로 예상했지만, 전날 대규모 시위 속에 발생한 유혈 충돌의 여파로 이날 시위가 상대적으로 덜 격렬하게 진행된 것으로 보인다.

수천 명의 친정부 시위대도 카라카스 시내에 모여 맞불 집회를 개최한 뒤 행진했다. 마두로 대통령은 미라플로레스 대통령궁 앞에 모인 지지자들에게 "이번 쿠데타 범죄에 책임있는 자들을 주저하지 않고 잡아들일 것"이라며 강경 대응 기조를 천명했다.

여당인 통합사회주의당의 디오스다도 카베요 대표도 친정부 집회에서 베네수엘라 군이 야권의 반란 촉구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마두로 대통령의 뒤에서 단결하고 있다고 밝혔다. 카베요 대표는 야권 지도자인 과이도가 전날 군사 봉기를 촉구했지만 별다른 호응을 얻지 못하자 좀비처럼 걷고 있다고 비웃으며, 한 줌의 예외가 있지만 군대가 자신들의 땅을 굳건히 지켰다고 강조했다.

각각 과이도 의장과 마두로 대통령을 지원하는 미국과 러시아는 장외에서 격돌했다. 미러 외교 장관은 이날 전화통화에서 상대방을 향해 베네수엘라 사태에 대한 '내정간섭'을 중단하라며 날이 선 신경전을 벌였다.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은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과 통화에서 러시아와 쿠바에 의한 개입이 베네수엘라와 미·러 양국 관계에 있어 불안정 요소가 되고 있다고 강조했다고 모건 오타커스 국무부 대변인이 전했다. 미국은 또 베네수엘라 사태에 대한 군사적 개입 가능성도 열어두는 등 압박 태세를 유지했다.

폼페이오 장관은 이날 오전 폭스 비즈니스 방송과 인터뷰에서 "군사작전은 가능하다. 만약 그것이 필요한 것이라면 미국은 그것을 할 것"이라며 기존 입장을 되풀이했다.

러시아 외무부는 양국 외교 장관의 전화통화와 관련한 언론 보도문을 통해 "러시아 측은 주권 국가(베네수엘라)의 내정에 대한 미국의 간섭과 이 국가 지도부에 대한 위협이 심각한 국제법 위반이라고 강조했으며, 공격적 행보 지속은 아주 중대한 결과를 초래할 위험이 충분하다는 점도 지적했다"고 밝혔다.

마두로 대통령은 작년 5월에 치러진 대통령선거에서 승리, 지난 1월 두 번째 6년 임기를 시작했다. 그러나 과이도 의장은 지난 1월 23일 작년 대선이 주요 야당 후보가 가택연금 등으로 출마할 수 없는 상황에서 치러지는 등 불법적으로 실시됐다고 주장하면서 마두로를 인정하지 않고 임시 대통령을 자처, 미국 등 서방 50여개 국가의 지지를 등에 업고 정권 퇴진과 재선거 관철 운동을 벌여왔다.

과이도 의장의 임시 대통령 선언 이후 2월 들어 인도주의 원조 반입 등을 둘러싸고 극도의 정국혼란이 이어지다가 최근까지 소강상태를 보였다. 마두로 대통령은 과이도 의장을 향해 정권 붕괴를 바라는 미국의 후원을 받는 꼭두각시라고 비난하며 러시아, 중국, 쿠바 등의 지지와 군부의 충성을 토대로 정권을 유지하고 있다.

한경닷컴 뉴스룸 ope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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